세상에 헛발질 하기
금융실명제 무력화시킨 검찰 - 한명숙 총리 8차공판을 다녀와서
한글로
2010. 3. 25. 15:35
금융실명제 무력화시킨 검찰
차명계좌 대가로 5000만원 받아도 "반성문 한장"으로 끝내?
현장검증 후 첫 공판
나는 한명숙 총리의 모든 공판에 참여하고 거의 모든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블로그에 남기는 것은 극히 일부이며, 시간이 나는대로 이슈별로 올릴 예정이다. 그때그때의 속보는 트위터 http://twitter.com/hangulo 또는 http://twtkr.com/hangulo 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22일 월요일에는 사상최초의 총리공관 현장검증이 있었다. 내 생각에, 검찰은 의자를 기소하기 위해서 어떤 의자인지 보러 갔다고 판단된다. (검찰은 재판에서 "서랍에 넣었다는 것은 그냥 가정일 뿐이지 공소 사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거 뉴스에 신나게 방송되더라... 결국은 모함하기 위한 쇼였단 소리?)
그리고 2010년 3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법원 311호 법정에서 다시 공판이 속개되었다.
갑작스런 검찰 돌발행동에 재판부도 불쾌
갑자기 검찰은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의례적으로 갑자기 증거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언론에 나온 한총리의 골프의혹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재판부의 꾸지람을 듣게된다. 왜냐하면, 재판에서의 증거는 제출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인준을 거쳐야 하고, 그 후에 재판부에서 받아주게 된다. 그 전에는 재판부에서 증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서면 제출후에 이루어지게 되는데, 검찰은 서면을 제출하면서 갑자기 직접 발언을 통해서 그 증거가 무엇인지, 앞에서 열심히 재판 내용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을 위해서 발표했다. 이는 불필요한 행동이었고, 반칙이고, 재판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였다. 재판부도 이에 대해서 꾸지람을 했지만,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검찰은 썩소를 띄우고 있었다.
덕분에 재판 내용은 간데없고, 온통 한총리의 2008년 행적에 대해서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졌다. 한총리측의 해명등은 아예 실리지도 않았다. 이건, 그냥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주를 받았다"고 발표하는 경우나 똑같지 않나? 그게 진실인지, 증거 능력이 있는지 검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발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비열했다. 또한, 검찰이 밝혀야 할 것은 2006년 수뢰사건이지, 한총리가 2008년에 가족과 함께 골프장에 갔는지가 아니다. 대체, 무엇을 밝히려는 것인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 수사때처럼 생채기 내기 작전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루한 재판만 이어지다가
오늘의 증인은 당시 한총리의 운전사가 첫 증인. 별다른 것은 없었다. 검찰은 어떻게든 한총리가 식사후에 남아서 돈을 챙겼다는 식으로 꾸며대고 싶었지만, 총리 공관에서 차가 나가는 순서는 언제나 총리가 제일 먼저라는 증언뿐이었다. 당연한 것인데도 계속 우겨대는 검찰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곽영욱 사장의 후배인 곽모씨의 증언순서. 이 분은 곽사장에게 석탄공사 지원서를 대신 써주고 2천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이 뇌물로 윗선에 전달되었다는 혐의로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잡아들이고 하루만에 풀어준 분이다. (역시 무혐의 종결)
그런데, 검찰은 이 증인의 수첩에 곽사장 이름이 자주 나온다고 하면서, 취직 청탁을 한 것이 확실하다고 우겼다. 그런데 웃긴게, 증인에 따르면 "이름만 써 있는 것은 그냥 전화통화 하면서 메모한 것일뿐이고, 만났을 경우에는 시간이 써있다"고 했다. 검찰은 "여러차례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만난 시간이 기록된 것은 1번에 불과할 정도였고, 대부분이 그냥 메모였다. (물론, 검찰은 그냥 심문을 이어갔지만... ) 곽영욱 사장은 "저 증인이 지가 골프치고 싶을 때마다 모임을 만들어서 나를 끌어들이고 골프값을 내게 했다"고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당시 산자부 차관에 이어서 당시 산자부 과장까지 이어졌다. 그나마 산자부 과장은 하루 종일 기다리고 8시에 속개되곤 5분만에 심문이 끝났다. 정말 어이없겠다 싶었다. 그래도 어째..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곽영욱 사장이 대한통운 재직시절 부하직원으로 있었던 이모씨다. 그냥 "증인 이씨"이라고 표기하겠다.
차명거래로 30억이 90억이 되었어도 죄는 안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여러차례에 걸쳐서, 곽영욱 사장은 "증인 이씨"에게 차명계좌를 통해서 주식거래를 하게 한다. 그런데, 수익률이 놀랍다.
5억 -> 6억
9억->13억
32억-> 90억
이렇다. 제일 마지막 32억이 90억이 되는 시점은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90억을 찾은 시점은 곽사장이 대한통운을 그만둔 시점이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이 돈은 곽사장의 돈이 아니라 "회사 공금"이었다는 점이다. 곽사장은 현재 37억여원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 25억 정도가 32억원 자금의 출처다.
둘째, 이때 거래한 주식이 바로 "대한통운", 즉 곽사장이 법정관리인으로 있던 그 회사라는 점이다. 자신의 회사 주식을 자신이 거래한 것이다.
그리고, "증인 이씨"는 자신의 계좌와 자신의 장모 계좌를 통해서 이런 거래를 계속 하도록 제공해 주었고, 나중에 90억을 인출할 시점에 5천만원의 수고료를 받았다. 차명계좌를 운영해준 보수나 다름없었다.
자, 퀴즈!
엄정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검찰이,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운영해주고 대가로 5천만원을 받은 "증인 이씨"에게 내린 형량은 얼마였을까?
아쉽게도, 여러분은 모두 오답일 것이다.
정답은 이거다.
"반성문 하나 쓰고, 기소 유예"
(물론, 그렇게 해주려고 하다가 지금은 검찰 내부의 사정 때문에, 뭐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중이라고 하지만, 한총리 사건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흐지부지할 것이 뻔하지 않나?)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특정인만 아니면..
검찰이 이렇게 관대할 줄은 몰랐다. 분명히, 이건 바보가 보더라도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사항이다. 거기에다, "증인 이씨"뿐만 아니라 계좌를 제공해준 이씨의 장모까지도 연루된 사건이다. 하지만, 장모는 조사조차 하지 않은 배려심 깊은 검찰이라고 한다.
증인 이씨는 이게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하면서 변명을 했다. 그 돈이 모두 곽영욱 사장의 돈인줄 알았다고 했다. 우리사주라는 것도 있으니,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죄가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 정말 어이 상실이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검찰은 이런 변명에 뭐라고 덧붙였는 줄 아나?
그 관대하신 검찰께서는
"당시 대한통운 주식은 4만원에서 5만원 선이었지만, 연말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8만원까지 올라서 더욱 이익을 봤겠죠?"
이러면서 "곽사장이 퇴직과 함께 미련없이 팔라고 했다"고 하며, 곽사장의 사심이 없음을 대신 증명해 주기까지 했다.
이거 뭔가? 이미 30억이 90억이 될 정도로 대박이 났었고, 자신이 퇴직하고 나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바쁘게 정리한 것인데도, 검찰의 아름다운 눈은 곽사장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난다. 그리고, 세상의 어느 신이 지금이 5만원인데 연말에는 8만원이 될 것이 확실하니, 더 가지고 있다가 팔자고 할 수 있나? 검찰이 그런 능력이 있다면, 바로 증권사로 스카웃이다.
곽영욱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내사종결"? 뭥미?
자,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회사 주식을 차명거래까지 하면서 사들였고, 결과적으로 60억을 벌었다. 그 종자돈도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다. 그 결과로 번 돈은 모두 가족과 친척들에게 분배했다. 일단, 횡령은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그러면 증권거래법은 위반한 것이 아닐까?
관대한 검찰은 한명숙 총리의 증언을 해낸 곽사장에게 "내사종결"이라는 멋진 선물을 안겼다. 절대로 거래한게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절대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니까. 부장검사까지 나서서 그건 죄가 안된다고 항변한다.
실업자들이여, 차명 계좌를 풀어라! 죄가 안된다!
오늘 재판에서 검찰이 보여준 놀라운 관대함 덕분에, 신종 직업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 일단, "차명계좌 대여업"이다. 아예 합법적으로 사무실을 내도 괜찮을 듯 하다. 물론, 수많은 반성문만 준비해 두면 된다. 이것도 대신 쓸 수 있도록 약 10여종류의 반성문 예문을 제공해 주면 서비스 만점!
가족이 많을 수록 좋다. 본인뿐만 아니고 사돈의 8촌 계좌까지 제공해 주면, 보너스다. 반성문은 혼자만 쓰면 되고, 계좌 주인들은 어차피 검찰이 조사도 안한다.
그리고 또 하나. 수고료는 60억의 순수익에 5천만원 정도다. 기간은 1년 이내다. 아주 튼튼한 회장님, 특히 비자금으로 장난치는 회장님들 소개해 드린다. 물론, 알선 수수료 붙는다.
죄가 되냐고? 물론, 회장님은 비자금으로 해서 고생을 좀 하겠지. 그러면 그냥 쌈짓돈으로 해라.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팔았다가 하면서 재미를 보게 해라. 마음 졸이면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분들.. 걱정 마시라. "내사종결"이라는 멋진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아차.. 물론, 야권의 누구 하나 걸고 넘어지면서 "내가 돈을 의자에게 줬다"고 우겨주면 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야권 인사와 밥먹는 자리를 마련해 놓으면 안성맞춤이다.
금융실명제 위반이 아무런 죄가 안되는 나라. 대한민국.
한명숙 총리의 재판에서 좋은 사업아이템을 얻었다. 내일부터 나도 열심히 모집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관대한 검찰께 감사드린다. 그 관대함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계속 지켜보겠다.
진실을 기록하는...
미디어 한글로
2010.3.24 재판 참관
2010.3.25 글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