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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세상

점자블록, 타는 곳 따로, 내리는 곳 따로? -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2)

점자블록, 타는 곳 따로, 내리는 곳 따로?
장애인 이동권 체험 연재 (2)


이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이 2009년 4월 4일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체험 행사"에 참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행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블로거들이 지하철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합니다 http://blog.busansubway.or.kr/11 [땅아레]
지하철노조가 블로거 8명을 초청한 까닭  http://2kim.idomin.com/818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점자블록 따라 타면, 내릴 때 낭패

친절히 안내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따라서 "가"역에서 차를 탄다. 그리고 그 칸에서 움직이지 않고 몇 정거장을 지난 "나"역에서 내리면 당황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곳엔 정지선을 알리는 점자블록 외에 층계까지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망망대해'에 떨어진 느낌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이 상태에서도 잘 찾아가곤 한다.)

※ 그림출처 : 부산지하철 홈페이지, 편집 : 한글로 2009

이렇게 된 이유는 '역마다 점자블록으로 안내해서 타게 하는 열차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간단한 문제다. 그렇다면, 조금 돌아가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장애인들이 타는 자리를 모두 통일 시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미리 답을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시각장애인도 선호하는 승차위치가 있다

비시각장애인만 '몇번째 칸에서 타면 어디까지 환승이 빠르다"라는 식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시각장애인도 자신들의 상황에 맞도록 그런 공식을 가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역의 경우에는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잡게 된다. 하지만, 조금 낯선 역에서는 헷갈린다. 당연한 일이다.


위에서 보듯이, 비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6-1이라는 표식을 볼 수 있다. "2호선 최단 환승 지점"이란 표기도 있다. 하지만, 김진씨는 앞이 안보이기에 지금 현재 위치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만약, 6-1이라고 쓰여진 곳 옆에 아주 작게라도 "점자표기"로 "6-1"이라고 표기라도 해 준다면... 아주 쉽게 해결이 될 것 같다. 김진씨 이야기로는 간단한 재료로도 점자 스티커를 만들 수 있으며,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쉬운 것은 맞다. 저정도 숫자는 나도 찍을 수 있다. 물론, 매뉴얼 보고... 설명서 보고 알아맞출 정도는 보통 30-40분이면 모두 배운다. 왜냐하면, 점자는 '한글'이고 '숫자'고 '영어 알파벳'이기 때문이다.

(점자에 대해서는 2008/03/20 - 두뇌 트레이닝 - 점자로 잠자는 두뇌를 깨우자 참조)


작은 관심 하나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무방비로 놓아진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 "관심이 없어서"이다. "대체 몇명이나 시각장애인이 온다고.."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거나, "시각장애인이야 누가 부축해주고 가겠지"라는 편견에 사로잡혀서가 아닐까?



김진씨는 스크린도어가 있는 승강장의 경우에도 1-4란 큰 글씨는 '저시력자'를 위해서 좀 잘 보이는 곳에 붙이면 좋겠고, 그 밑에 작게 점자표기를 하면 자신들도 손쉽게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도어가 생겨서 상당히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는 승차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사라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간단히 타는 곳의 양 옆에 점자블록을 세로로 한두칸 정도만 깔아주면, 아주 쉽게 승차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승차위치에 다 점자블록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예산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 일이 또 다른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되는 일. 모든 장애인과 모든 비장애인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이 편리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리해진다. 아주 간단한 진리다.





미디어 한글로
2009.4.7.
http://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