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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포털 게시글 무조건 삭제 법 - 포털이 사법기관인가?


포털 게시글 무조건 삭제 법 - 포털이 사법기관인가?


한나라당, 포털 게시글 삭제 요청시 즉각 이행 추친

'권리침해제도'는 피해자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포털등에 요구하면 포털은 일단 '임시 삭제 조치'를 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이 법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효과적으로 쓰여서 블로거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임시삭제조치도 모자라서 이번에 한나라당은 "즉시 삭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아주 큰 오류가 담겨있다.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큰 착각을 했다. 포털에게 '사법기관'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포털의 권력화를 우려하던 그들이 왜 이런 모순되는 '짓'을 하는 것일까?

방송통신위도 위법인지 아닌지 한참 헤매던데...

무엇보다도 조중동에 광고하는 회사들을 지극 정성으로 걱정하는 한나라당. 조중동이 자신들의 의견을 충실히 잘 반영해주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조중동이 망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문제는, 어떤 글이 "위법이냐 아니냐, 권리를 침해한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방통위원회에서 "조중동 광고 금지 운동"의 위법성을 판단하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통위의 결정은 임시적인 결정일 뿐이다.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적인 위법 여부는 법원에서 가리게 된다. 한마디로 방통위는 참으로 참으로 사법기관스러운 일을 한 것이다.

어쨌든, 이런 사안 하나도 그 많은 위원들이 한참이나 회의를 해서 결정하고 있는데, 나경원 의원은 "즉각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즉, 포털측에서 "이거 권리침해여"라고 신고를 받는 즉시 삭제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그걸 판단하나?

권리침해인지 아닌지, 위법인지 아닌지 포털이 판단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무조건 신고만 받으면 지우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촛불집회에 대해서 험한 말 해 놓은 거의 모든 한나라당의 게시물은 모두 삭제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니면 포털에게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준사법권을 주겠다는 뜻일까?

아래의 인터뷰를 읽어봐도, 그런 소리는 보이지 않고, 무조건 "인터넷은 나쁘다. 그러므로 규제해야 마땅하다"는 식의 논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경원, "인터넷 권리침해 제재 실효성 높여야" [YTN FM] 2008.7.4
(일부발췌)

앵커 : 이를 근거로 해서 너무 규제를 가하게 되면 정상적인 여론 형성을 가로막을 수 있는 부작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잠시 전에 말씀하셨던 접근권을 차단하거나 게시글을 삭제하는 기준과 범위에 대해서 뭔가 좀 객관화된 기준이 필요하고 권위있는 기관에서 정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경원 : 네, 또 게시자가 삭제했으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부분도 같이 검토해야할 거 같습니다.



판사 출신이라고 하시면서, 법의 판단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바로 단죄하는 것을 당연한 듯이 말하는 것이 좀 애처롭기까지 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글을 즉시 삭제한 후에, 나중에 게시자가 이의신청하는 식으로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과연 한나라당의 모든 글이 다 삭제되고 나서 이의신청 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걸까?

지금의 제도도 충분히 폭력적인데, 이보다 더 폭력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인정보 누출때는 주민번호 수집 못하게 해야 한다더니.. 실명제는 강화?

얼마전 있었던 개인정보 누출사고때는 주민번호 수집 못하게 해야 한다고 난리치더니, 이제는 실명제를 더 많이 강화하라고 한다.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작은 사이트까지 실명제를 적용하겠다고 난리인데, 그렇다면 더 많은 주민번호가 수집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인터넷을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한나라당의 법제정은 철저하게 '글을 읽는 사람 측면' 혹은 '글의 대상이 되는 측면'의 권리만 강조하고 있다. 글을 쓴 사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측면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까?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자신들이 글을 쓰고서 삭제를 한 번만 당해봐도 그런 법을 없애자고 할텐데, 거의 글을 쓸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일까?

현재의 권리침해 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준사법기관에 권리침해 신고를 한 경우"에 한해서만 임시 삭제를 한다든지 해야 한다. 현재는 그냥 '고소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아도 지워진다. 물론, 아무런 고소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그럴 "깜"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은 깜도 안되는 내 글을 고소하려고 하다가 '각하'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어쨌든, 인터넷을 이해 못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전통인가. 청와대 블로그도 엉망으로 운영하더니, 이제는 너무 심한 소리를 하신다.

제발 부탁드린다. 인터넷 좀 배우시라고.


미디어 한글로.
media.hangulo.net
2008.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