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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의 향기를 아세요?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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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사진=알라딘 www.aladin.co.kr)




색깔이 전혀 없는 색깔에 대한 책

이 책에는 색깔이 전혀 없다. 온통 검정색 바탕에 하얀 글씨만 있다.
이 책에는 점자가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에는 그림이 있지만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상한 책이 있다.

아이를 위한 동화책을 찾다가 찾아낸 정말 "이상한 책"이다.

하지만, 몇 문장을 읽자마자, 나는 머리속이 하얗게 빈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글을 점자로도 표기하긴 했지만, 이 책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만든 책이에요.
시각은 우리가 현실을 인지하고 이해하여 세상과 관계 맺기 위한 중요한 도구임에 분명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구는 아니에요.
시각장애인들은 미각과 촉각, 후각과 청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아름다움을 느껴요.
만약 그들의 방식으로 우리가 세상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보다 창의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거예요.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예요.

- 메네나 코틴

우리는 "시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을 무심코 지나친다. 하지만, 시각이 없는 시각장애인의 감각을 조금만 배우면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더 많은 의미와 정보를 지닌다.


초록색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누군가 묻는다. "초록색은 어떤 색이니?"

가만있자.. 그러니까.. 풀색이야.

그러면 "초록색은 어떤 향기가 나니?"

가만있자...

과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얼마나 자유로운 상상을 하며 '초록색의 향기'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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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쪽에는 점자가, 아랫쪽에는 묵자(점자에 반대되는 보통의 인쇄글자)가 있다.



초록색은 금방 깎은 잔디에서 나는 싱그러운 냄새고
녹차 아이스크림 맛도 나.


왠지 내 코에서는 옆에서 풀을 베었을 때 나는 바로 그 '냄새'가 지나간다. 달고 맛있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 초록색의 느낌은 이런 것이었구나.

그리고 옆의 양각 그림을 손으로 만져본다. 손에는 잘린 풀들이 느껴진다. 그래. 군대에서 제초작업 하던 생각도 나고, 어릴적 풀을 손으로 꺾다가 베이던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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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만져야 드디어 "보인다"




갈색은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야.
초콜릿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가끔 고약한 똥 냄새도 나.

갑자기 어디선가 푸석푸석한 낙엽이 먼지를 내며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구수한 냄새와 함께, 가끔은 불쾌한 냄새가 섞여오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낙엽을 마구 흐트리며 뛰어가서 먼지가 자욱해지는 것도 느낀다.

한 문장을 읽고,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한다. 그리고 그림을 만지며, 그 상상을 더 크게 확장시킨다.

거의 유아용 그림책 수준의 짧은 책이지만, 이 책은 보면 볼수록.. 아니 느끼면 느낄수록, 메말랐던 내 상상력을 무한히 확장해준다.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산 책이지만, 내가 더 많이 읽게 되었다.


네가 완벽하다는 착각은 하지 마

우리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보다 더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우린 어쩌면, 여러 감각을 최소한으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각적으로 덜 완벽할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 하나에 의지해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보면서 신기한 듯 쳐다본다. 사실은, 그 분에게는 늘 있던 일상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 분에게는 그 분 나름대로의 걷는 법이 있고, "아는 길"이 있을 것이다.

얼마전 소개했던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에서도 길 잃은 어린 아이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시각 장애인이 "발견"해서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는 일화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관련글 : 장애인에게 도움 받아 보셨나요? -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우리는 길거리에서 우는 아이의 울음을 너무나 당연히 지나치며, "쓸모없는 정보"로 느끼기 쉬우니까.

자, 이제 눈을 감아보자. 색깔은 눈으로 보는 것이란 편견을 버리자. 그리고 대답해보자. 빨간 색의 촉감은? 노란 색의 향기는? 파란 색의 맛은?

아이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이의 상상력은 무럭무럭 자라서 아마도 온 하늘을 덮을 것이다. 마치 "하늘색"처럼 말이다.

책 한 권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배운다.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 10점
메네나 코틴 지음, 유 아가다 옮김,
로사나 파리아 그림/고래이야기 (2008)

[알라딘에서 보기]

[YES24에서 보기]





미디어 한글로
2008.5.29.
media.hangu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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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누리 2008/05/29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안하시죠
    3일간 비가 그렇게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개이네요^^
    세상이 이렇게 개였으면....

  2. BlogIcon 비트손 2008/05/29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짠한 느낌이 오는 책이네요. 잊고 지내거나 쉽게 지나쳐가는 것들에 대해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책인것 같군요. 기회가되면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3. BlogIcon komawa 2008/06/13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무식해서리,,, 헤.. 스크랩을 어케 하지요??
    한글로님한테 여러모로 얻어가고, 배워가는데, (아프리카, 실타래 등등..) 고마워유.
    번거롭게 해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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