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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W형태의 버스 손잡이, 농담이시죠?


'W'형태의 버스 손잡이, 농담이시죠?

W 형태의 버스 손잡이?

버스 손잡이를 두 명이 잡을 수 있도록 W자 모양으로 하자는 서울시의 발표가 났다.

 [관련기사 링크 → 서울 버스손잡이 `W'로 바뀐다 2007년2월 22일 연합뉴스  ]

그런데, 버스안에서 손잡이가 모자라서 한 번쯤은 남이 잡은 손잡이를 잡아 본 사람이라면... 이런 형태의 손잡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 것같다.

(위의 기사 링크에 달린 댓글을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회의'에서 수많은 제안 중에서 7가지를 뽑았다는데, 그 중의 하나가 하트를 거꾸로 한 듯한 모양의 손잡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연합뉴스에서 따온 그림.

이 그림은 서울시에서 제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작권이 찔리지만 실었음)


서울시의 천만상상 오아시스 홈페이지 http://oasis.seoul.go.kr/ 에서 검색해보니..
http://oasis.seoul.go.kr/argue/ifr_free_view.jsp?num=332

에서 활발히 토론을 했었다. 조회가 자그마치 71건이고, 1월 16일부터 2월 1일까지 댓글이 무려 네 개나 달렸다. 네 개의 댓글에 2:2로 찬성과 반대(?)인 듯 하다. 이 제안에 대한 댓글(토론글과 달리, 제안글에 달린 댓글)은 단 1개! 조회수는 무려 72!

어떤 기준으로 최종 회의까지 올라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올라온 의견 중에서는 꽤 많은 호응이 있었나보다. (서글플 뿐이다. 그리고 의견 올리신 분을 모욕하거나 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밝혀둔다. 의견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의견이다. 현실성에서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오직, 내 주장일 뿐이다.)

* 버스 손잡이에 대한 비슷한 시기의 다른 의견은 대부분 조회수가 1500이 넘는 것도 있었다. 역시 우연일 뿐일까? (http://oasis.seoul.go.kr/propose/ifr_free_view.jsp?num=3419)

그러면 이 손잡이가 어떤 문제가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보자.


(1) 혼자서 잡을 경우

혼자서 잡을 경우, 분명히 가운데를 잡아야 한다. 한쪽을 잡으면 구조적으로 안잡은 것보다 불안할 듯 하다. 그러면, 이 손잡이는 너무 큰 손잡이가 되어버린다. 차가 흔들리면, 옆에 있는 사람 머리를 정확히 겨냥해서 찍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둥근 손잡이로도 옆사람 머리를 부딪혀서 얼마나 미안한 적이 많았던지..)

그런데.. 가만.. 가운데 잡고 있는데, 손잡이 모자라다고 덥썩! 그냥 다른 사람이 옆을 잡는 것일까? 아니면 "손잡이 좀 같이 잡으시죠?"라고 하는 것일까?

만약 여성이 혼자 잡고 있는데, 남성이 옆에서 그냥 말도 안하고 잡는다면... 이건 성희롱 1단계로 될 수도 있다. 중간을 잡고 있는데, 옆부분을 잡으면... 손이 닿게 된다. 여성은 깜짝 놀라게 되지 않을까?


(2) 둘이서 잡을 경우 - 처음부터 일행일 경우


두명이서 잡으면.. 어느정도 출발은 순조로울 것이다. 커플이라면 사이좋게 붙어서 잡고서 온갖 닭살스러운 행동으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커플들에겐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버스가 혼잡하거나 좀 흔들리면, 힘이 센 사람쪽으로 훽 하고 손잡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옆에서 간신히 잡고 있던 여자친구의 팔이 당겨지면서 무지하게 아플거다. 팔이 빠질 수도 있다. 키 차이가 나면 더욱 심할 것이다.

그냥 사이좋게 둘이서 잡고 가는 광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30년 뚜벅이 인생, 버스 인생에서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버스가 새색시처럼 얌전히 가면 몰라도, 서울 시내에서 그렇게 가는 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100만대에 한 대 꼴로 있기는 하지만 10분 이상은 그렇게 못간다. 서울시 교통을 무시하나?)


(3) 둘이서 잡을 경우 - 모르는 사람일경우

아슬아슬한 순서로 들어온 두 사람이 같은 손잡이를 잡았다. 그래, 그냥 시원하게 둘 다 남자라고 하자. 그러면 이 둘은 서로 손목의 힘을 조절하면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덩치가 차이라도 나면, 좀 작은 사람은 오히려 더 힘을 주면서 자신의 남성스러움을 자랑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을 주다가 삐끗할 수도 있겠고, 둘이서 기싸움하다가 손잡이를 놓고 주먹을 쥘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버스에서는 힘이 센 사람쪽으로 자연스레 손잡이가 쏠린다. 그러다가 남자 둘이서 얼싸안고서 어색한 시간이 흐르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을까? (역시 나는 너무 상상력이 뛰어나서 탈이다)


(4) 둘이서 잡고 있다가 한 사람이 놓고 갈 경우

둘이서 잡고 있다가, 한 사람이 그냥 아무말 없이 팍 놓는다면? 힘을 잔뜩 주고 있던 사람이 휘청할지도 모른다. 뭐, "놓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2007년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것... 다들 알지 않나? (아차차... 버스 안타고 다니시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은 모르실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솔직히 나도 악성 댓글 하나 달고 말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저게 버스에 달리면 어떻게 하지?" 두려웠다. 매일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 하는 나로서는 W형의 손잡이를 잡고서 견딜 자신이 없었다. 아마도 소심한 나는... 버스 손잡이를 포기하고 그냥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아, 정말.. 제발 부탁드린다.

손잡이가 모자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고리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이 아니고, 고리의 개수를 늘리는 방법이 더 나은 방안인 듯 하다. 물론, 의견을 내신 분도 일리가 있는 의견일 것이고, 검토한 분들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버스를 타면서 말도 안되는 일을 얼마나 많이 겪었나?

기회를 잡아서 풀어 놓으려 했던 것, 이 기회에 얘기해보자.

1) 몇 년전에 버스 색깔 통일했던 것. 다 기억하시는지? 그런데, 지금 보면, 다시 엉망이 되어 있다. 어디가 특히 그러냐하면, 버스 정면 번호판의 색깔이 제각각이다. 특히 R자가 그려졌던(지금은 각종 광고가 있지만..)버스는 내 기억에 주황색에 검정 글씨로 번호판을 써 놓았다. 그래서 버스 번호를 잘 안보이게 해 놓음으로써, 우리의 시력을 급격히 저하시키거나, 얼굴을 찌푸려서 간신히 보게 하는 센스가 있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보색"이라든지 "잘 보이는 글씨 색"과는 거리가 먼 그 색깔을 보면서, 나는 정말 가슴이 답답했다. (참. 그 B니 R이니 G니.. 그냥 색깔의 첫자였는데, 난 무슨 뜻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왜 그리 커야 했으며, 그게 쓸모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 거기에 광고를 실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저분하다고 노선도도 없앤 버스 옆구리에!)

하지만, 정말 현명한 버스 회사들은, 처음에 그걸 좀 지키다가, 사람들이 잘 보이는 색깔로 바꾸어줬다. 너무 고맙다. 이젠 버스 번호 잘 보인다. 그런데, 통일성은 거의 없다.


2) 그 전에는 버스 노선이 버스 옆구리에 자세히, 그것도 한자와 영문까지 섞여서 좀 멋있게 쓰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개선되면서 동그라미 세개만 덩그러니 그려 놓았다. 버스 노선쯤은 외우고 다니라는 센스! 국민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려는 그 노력에 눈물이 났다.

결국, 임시방편이라면서 옆구리에 예전의 노선 형태로 붙이고 다녔고, 이제는 그게 굳어져서 그냥 그렇게 다닌다. 그런데, 그 디자인은 누가 했을까? 분명히 엄청난 돈을 주고 맡겼을 그 디자인 회사에서 했을까, 아니면 그냥 버스 회사의 직원분이 했을까? 그냥 궁금하다.

3) 버스 노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버스 노선도도 예술이다. 눈이 약간 안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노안까지는 아닌 내 눈으로도 잘 안보이는 깨알같은 글씨. 그것도 170cm의 작은 키의 내가 보기에도 힘든 위치에 쓰여진 글씨들... 그러면 150cm내외의 어르신들은 어떻게 그걸 보실런지. 거기에 노안이면 말이다...


불평 그만 해라!


이쯤되면, 분명히 댓글에 이런 말 쓰인다. 그런데 불평하려고 쓴 글이니까, 어쩔 수 없는 노릇.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정류장 이름을 무릎 정도에 큼지막하게 붙여 줬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쳐다보면, 위에 쓰여진 정류장 이름은 안보인다. 문이 열려야 간신히 보인다. 중앙 차선 정류장에 진입할 즈음에 목을 내리고서 간신히 보지 않으면, 못본다. 아하, 방송은 뒀다 뭐하냐고? 버스 안타보셨나? 방송 잘 안들릴때도 정말 많다!


버스를 타는 분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를...

서울시에서 내놓는 의견들을 보면, 30년 뚜벅이 전문가로서는 이해가 안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테러 막는다고 휴지통 없애는 센스와 더불어서 휴지통 광고비를 받은 경우 문제가 생길까봐 입구만 대충 막는 센스! 테러범은 서울시의 행동에 당황해서 폭탄을 설치 못했을 것 같다. 근데, 그 테러범이 조금만 지하철 타고 다녔다면, 자판기 옆의 종이 박스(컵 버리라고 놓아둔.. 이거 없으면 자판기 옆이 쓰레기장이 된다)에 슬며시 놓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테러범들은 항상 쓰/레/기/통 아니면 폭탄설치 안한댄다. 체면이 있지..

그래서 부탁드린다. W자형태의 버스 손잡이... 먼저 서울시 청사내에 버스 한 대 놓고, 정원의 150%정도 공무원들이 타시고.. (시장님은 제일 나중에) 그리고 청사내를 약 30분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실험하신 후에 꼭 결정하시길 빈다. 제일 높은 분들이 꼭 손잡이를 잡게 해드려야 한다.

그래도 편하시다면, 좋다. 나의 불편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내가 여태까지 한 말이 다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실험을 거치지 않고, 그냥 공문 한장 버스 회사로 보내고 고치라고 한다면... 제발... 그 결정을 하신 공무원님들의 월급으로 바꾸어 주시는 센스를 발휘해주시길! (그리고 꼭 그 버스 타고 다니시길! ^^)


2007년 2월 22일
뚜벅이 한글로.


***** 댓글 정리 *****

블로거뉴스의 특징! 댓글도 아주 좋은 의사 소통의 통로가 됩니다. 댓글을 보면서 기사의 문제점과 좋은 대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1. W자형 고리라도 완전히 고정된 형태(철봉형태?)면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 충돌위험을 피하려, 봉을 스펀지로 감싼 형태로 하면 된다.

2. 아예 봉을 좀 낮춰서 설치하면, 굳이 고리같은거 없이도 어른아이 할것없이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3. 고리 개수를 늘려라

4. 세로 형태의 봉을 더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스펀지로 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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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4일 현재, 21만명이 넘게 읽어주셨고, 285명 이상이 추천해주신 블로거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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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옛날 블로그 (http://blog.daum.net/wwwhangulo/3074317)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불행히도 지금은 수많은 댓글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자료 보관을 위해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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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한글로(media.hangulo.net) 2008.4.28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