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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세상

장애인에게 도움 받아 보셨나요? -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장애인에게 도움 받아 보셨나요?
서로 도울 수 있음을 알려준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이 미아를 찾아준다고?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우연히 찾게 된 책,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주니어 김영사)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혼잡한 쇼핑센터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시각장애인이 발견해서 경찰서까지 데려다주는 이야기'니까.

'뭐? 시각장애인이 미아를 찾아?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할텐데?'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분이다. 아마도 거리에서 시각장애인분이 흰 지팡이로 점자블록을 도움삼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계단도 오르고, 지하철도 타고 하는 것을 한 번도 못봤기 때문이리라. (아니, 사실 신경을 안썼을 뿐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어려울 수도 있다. 만약, 앞을 못보는 분이 아이를 데려다 주려고 한다면 '유괴범 수준'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는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다.



들어가기 전에

서울 맹학교 교장선생님이신 김기창 선생님의 서문을 잠깐 소개한다. 이 부분이 가장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장애를 갖는다는 것은 당사자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장애는 어느 누구도 원하거나 본인이 잘못을 저질러서 그렇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태어날 때 염색체 이상이나 유전적인 이유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또는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됩니다. 장애를 갖는다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내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이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발견

"하긴 정말 이상하네요. 절 본 사람은 아저씨뿐이니까요."

울고 있는 아이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시각장애인인 마티아스는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서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손을 잡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를 본 장소로 이동한다.  안내견 '신디'와 함께.


네가 보는 것보다 내가 듣는 것이 더 많아

하지만 아마 넌 저기 나무위에 깍깍거리는 까마귀가 있는 건 못봤을걸?

그렇다. 우리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못보고 지나치는 것은 참 많다. 오히려 우리가 듣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잘 익은 토마토를 고르는 법

"색깔을 냄새 맡을 수 있나요?" 카타리나가 물었습니다.
"때로는, 초록빛 토마토는 잘 익은 빨간 토마토의 냄새가 다르거든. 무엇보다도 맛이 다르고.
물건의 색깔들은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단다...."

마티아스 아저씨는 가는 길에 시장에서 토마토를 산다. 잘 익은 것을 골라내고 능숙하게 돈도 건넨다. 동전은 크기와 테두리로, 지폐는 길이로 알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우리나라 돈도 물론, 시각 장애인용 표기와 더불어 돈의 크기도 다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번에 신권을 만들면서 시각 장애인용 점자표기를 너무 엉망으로 만들어서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개선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관련 글 :: 장애인이 구별 못하는 ‘눈 먼’ 돈, 개선 안하나 [뉴시스] 2007.1.16 )


인터넷 검색하는 시각장애인

길을 별 문제 없이 건너고, 스키타는 이야기도 해준다. 시각 장애인의 스키라니... 나도 모르는 부분이었다. 시계 뚜껑을 열어서 시간을 체크하고, 경찰서를 찾기 위해서 근처 PC방에 들어가서 인터넷 검색을 한다. 모니터의 글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스크린리더)과 점자로 내용을 알려주는 점자모니터가 소개된다. 놀랄 것 없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있는 기술이고, 많은 시각 장애인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웹 표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 정부조차 액티브엑스를 남발하고 쓸데없는 시각장애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덕분에 사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관련 글 : 홈페이지 음성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드디어 발견한 길위의 점자블록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점자블록을 발견한다. 길 위의 또 다른 길. 점자 블록. 어떤 이들은 그냥 안전선이라고만 알고 있는 그 블록이다. (관련 글 : 어느 점자블록의 독백 - 길 위의 길)


값진 부록 - 점자를 배워봐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점자의 원리와 점자표기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점자로 된 이 책의 소개도 덧붙여져 있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라, 비시각장애인, 그것도 어린이를 위해서 쓴 책이다. 바로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다.


이 책의 진짜 제목은?

나는 점자를 비시각장애인도 배워야 한다는 운동을 오랫동안 벌여왔다. 관련글은 [점자-두뇌 트레이닝] 항목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책의 아랫부분에 쓰여(!)있는 점자를 해석해보면, 이 책의 진짜 제목을 알아낼 수 있다. 초보적인 점자 실력이지만, 점자 일람표 ([자료] 한글점자 일람표) 도움으로 해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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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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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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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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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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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로 쓰여진 제목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그래.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세상을 못보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일 뿐이다.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은, 단순한 책 선물이 아니라, 이 세상을 더욱 더 넓게 볼 수 있는 미래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도 제법 오래되어서 상당히 많이 할인되고 있다. (알라딘의 경우 6,800원) 내 친구는 시각 장애인. 이런 책을 모두 모두 봤으면 좋겠다.

참...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 아마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시각 장애인들도 조금 더 편리하게 세상과 접했으면 좋겠다.

장애인은 그저,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잊지 말자.



내 친구는 시각장애인 - 10점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주니어김영사

[책 정보 보기]




<관련 글 보기>
점자-두뇌 트레이닝 : 점자 관련 글 보기
같이 사는 세상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는 세상


미디어 한글로
2008.4.28.
media.hangulo.net


※ 이 글은 알라딘에서 선정하는 2008년 4월 4주 [이주의 TTB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 [이 주의 TTB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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