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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치를 잘 모르지만

인수위의 손쉬운 로스쿨 해법,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


인수위의 손쉬운 로스쿨 해법,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


정원은 대학 자율로? 그거 몰라서 못했나?

말이 참 많다. 로스쿨에 떨어진 학교들은 투쟁을 불사하겠댄다. 당연하지. 이거 학교의 사활이 걸린 것인데, 삭발투쟁은 물론, 학생들이 흉내만 내도 퇴학시킨 그런 행위를 교수님들이 하실 판국이다. (아직도 모 대학 앞에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고...)

그런데, 교육부와 대학교 사이에 청와대가 중재하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도 않았다. 이런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던 인수위,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로스쿨, 100시간 넘는 진통 "바뀐 건 없었다" [머니투데이] 2008.2.4
http://news.media.daum.net/economic/stock/200802/04/moneytoday/v19867618.html

(일부발췌)
인수위 관계자들은 "로스쿨을 짓겠다는 학교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해 주고 정원 역시 장기적으로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새 정부 교육인사들이 학교의 자율과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있어 로스쿨 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무엇이든 "대학 자율"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인데, 아무렴.. 로스쿨도 대학 자율로 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난리 부르스를 하고 계신 것일까? 어차피, 며칠만 지나면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고, 그 정부에서는 모두 대학에게 전권을 줄 참인데 말이다. 오히려 지금 보수 공사라도 벌여서 더 크게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 바보가 정원을 줄이고 싶겠나?)


로스쿨 정원은 법조계와 줄다리기 한 결과

대학과 시민단체에서는 3-4천명을 주장했고, 법조계에서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해왔던 것이 로스쿨 논쟁이다. 자그마치 4년을 이끌어왔다. 그러다가 이제 2천명으로 정하고서 시작한 것이다. [관련기사]

그런데, 웃긴게 있다. 정원보다 훨씬 많은 수의 대학들이 수십 수백억을 들여서 로스쿨 설립에 나서버린 것이다. 그들도 2천명 정원으로는 떨어지는 대학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무리하게 나선 것이다. 로스쿨을 설립하면 얻어지는 것은 재정적인 부담(매년 엄청난 적자가 날 것이다)보다 더 큰 "명문대로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놈의 줄세우기, 명문대 논쟁은 역시 대학들이 앞장선다. ^^)

즉,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했는데, 미리 다 돈써서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발표가 나자마자 "근거가 뭐냐? 내가 왜 떨어졌냐?" 뭐 이런식으로 응대한다. (여태까지 대학들은 논술고사 등의 채점에 문제가 있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공개 불가 방침"으로 일관해왔다. 이제 그 기분을 이해하려나?)

그런데, 정말로 이명박 정부는, 이런 4년의 논쟁을 한번에 해결이 가능한가? 이명박 정부에게는 법조계가 전혀 저항하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대체 어떤 근거일까?


참여정부의 실책이지만, 쉽지는 않아

그나마 2천명으로 합의하고서 시작하기로 한 것은 업적에 속하겠지만, 미리 심사결과가 새어나갔다든지,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다든지, 지역 안배 운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분명히 실책이다. 하지만, 2천명을 가지고 어떻게 나누든, 분명히 다들 "투쟁"의 길로 들어갔을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준비한 모든 대학에 골고루 나누어주고 싶지만, 그 대학들이 원하는 정원을 모두 합하면 2천명은 훌쩍 뛰어넘으리라.. (당연하지만. ^^)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서 로스쿨 문제 새 정부가 풀어라 고 아예 이야기하고 있다.

로스쿨 문제 새 정부가 풀어라 [중앙일보] 2008.2.5
(일부발췌)
이제 로스쿨 혼란의 출구를 찾는 건 현 청와대와 교육부의 몫이 아니다. 로스쿨 선정을 중단하고 새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실마리는 로스쿨 도입 목적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분야의 법률 전문가 양성이 로스쿨 취지다. 그렇다면 총정원을 대폭 늘리는 게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개별 대학이 배정받은 정원을 늘려주고 조건을 갖춘 대학은 로스쿨을 운영할 수 있게 추가 인가를 해야 한다. 로스쿨 교육의 질 문제는 경쟁에 맡기면 될 일이다.

로스쿨 정원을 늘리는 데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새 정부 교육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설령 로스쿨 출범이 1년 늦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게 맞는 방향이다. 로스쿨 파국을 막는 해법은 이제 새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이런...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바보들이라서 정원을 2천명에서 더 늘리지 못하고 지금 저 골머리를 쏟았겠는가? (물론, 댓글엔 '바보 맞다'고 할 사람 많지만.. ^^) 4천명쯤 넉넉하게 해서 펑펑 퍼주는방식으로 그냥 하기로 했으면 뭐하러 4년간 저 난리를 폈겠는가? 슈퍼 울트라 파워를 가진 법조계의 반발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법조계가 우리나라의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음을 설마...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말이다.

저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그냥 쉽게 툭툭 던지는 것은... 과연 얼마나 책임있는 정책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에서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이 발표를 법조계가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나는 당당히 머리끈 질끈 감고서 촛불시위를 하러 나가겠다. 왜냐고?  만약, 법조계가 저항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들의 "부패"를 증명하는 것 밖에 안된다. 4년간 "쓸모없는 반대"를 해왔다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저항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하건데, 절대로 그냥 넘어갈 분들은 아니다. 이건 절대 절명의 위기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 복잡한 문제를 그냥 인기 몰이 식으로 "내가 해결해 줄게~" 툭툭 던지는 것은 옳지 않다. 인수위가 슈퍼맨들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건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

좀 신중하게, 그리고 심도 있는 해결을 바란다.

나? 나는 법조계 다 무시하고 5천명이든 6천명이든 팍팍 늘렸으면 좋겠다. 만약, 저항하는 법조인들을 모두 집시법으로 엄격히 다스려준다면, 이명박 정부가 너무 맘에 들 것 같기도 하다. ^^


미디어 한글로
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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