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같이 사는 세상

홈페이지 음성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홈페이지의 시각 장애인용 음성 서비스는
정말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웹 접근성에 대해

 


웹 접근성에 대한 세미나

웹 접근성 (Web Accessibility) 규약이란 "누구나" 쉽게 웹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규칙이라고 한다. 이미 선진국(미국,일본,영국,호주 등)에서는 법제화 되어 있어서, 접근성에 어긋나도록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으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과연 접근성이란 무엇일까? Active-X란 것이 없으면.. 즉, MS 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없으면 거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에 대한 논의가 무척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무료로 세미나를 한다기에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누구나"의 의미 - 생각지 못했던 대상

인터넷 관련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여태 생각하지 못한 것이... 만약 마우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 홈페이지에 들어온다면? 앞을 못보는 사람이 이 홈페이지에 들어온다면? 정말 거의 이런 질문은 던져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인터넷을 사용하시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기가 단순히 컴퓨터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란다. 각종 PDA부터 핸드폰도 결국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데, 그 모든 것에 대한 고려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란 단어를 "나와 같은"이란 뜻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시각 장애인의 인상 깊은 웹서핑

세미나 내내 감탄하고 감탄한 것은, 두번째 발표 주제였던 "시각 장애인의 인터넷 이용 실제"란 부분이었다. 실제로 앞을 못보시는 분이 나오셔서 설명과 함께, 시연을 해주셨다.

물론, 그 시연은 거의 다... "도저히 국내 홈페이지는 시각 장애인에게 멀고도 험한 산"이란 것이었긴 했다.

시각 장애인들은 특별히 제작된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한다. 화면에 있는 내용을 차례대로 읽어주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앞을 못보셔도 블로그도 운영하시고 여러가지 문서도 작성하실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국내 모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정말 난리가 아니었다. 도저히 서핑이 불가능할 듯 보였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뚫고서 서핑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찹해졌다.

본인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시연을 해주시는데... 정말, 나도 웹쪽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눈에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으로 "웹 접근성"과 멀기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음성이 출력되고 있었다.


잘못된 배려 1 - 시각 장애인용 웹사이트 운영

뉴스를 살펴보면 자랑스럽게도 "시각 장애인용 웹사이트"를 따로 개발했다는 홍보를 보게된다. 나는 여태까지 "참 착한 사람들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분의 말씀은 달랐다.

일단, 시각 장애인용 홈페이지는 본래 홈페이지보다 내용이 없다시피 한단다. 그저 인사말이나 되어 있고 별로 쓸모없는 페이지들이 대부분이거나 그나마 업데이트도 잘 안된단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 자체가 차별이란 것. 오랫동안 계속 되어어온 <분리.격리> 정책이란 것이다.

홈페이지를 접근성 규약에 맞도록 잘 만들면 (그게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HTML규약을 잘 따르면서 몇가지 규칙을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별 상관없이 같은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 홈페이지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장애인은 여기에서 놀아라.. 하는 것은 정말 대단히 잘못된 일인듯했다. (정말 가슴이 찡했다)



잘못된 배려 2 - 홈페이지의 음성 지원

정부의 홈페이지를 보다보면 "음성지원 (TTS : Text To Speech)" 서비스를 위해서 ActiveX 프로그램을 깔라는 메시지를 많이 만나게 된다. 나는 여태까지 이 서비스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은 요구는 "음성 지원을 제발... 끌수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시각 장애인은 음성이 지원되는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음성을 출력하면 두명이 동시에 떠드는 소리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돈이 제법 드는 서비스인 그 음성지원 서비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아예 쓸모없지는 않은 듯.. 하지만!

내가 담당 공무원이 아니므로, 어떤 사람들이 "음성지원 서비스"를 사용하는지는 알수가 없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글을 읽기 힘드신 어르신분들, 난독 장애, 약시를 가지신 분"들이 대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분들에겐 더 좋은 보조 기구 (화면 확대 프로그램 등 - 인터넷 익스플로러7에는 확대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있다)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도 싶다. 음성 지원 서비스에 드는 돈으로 "약시용 돋보기 지원하는게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지 않을까?

또,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이 없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배려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홈페이지는 시각 장애인이 키보드만으로 서핑할 수 없는 정도의 구조를 가졌기에,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역시, 그 돈으로 "스크린 리더"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현재 국가에서는 이런기기에 대해 보조를 해주고 있다.)

오해의 정점은 이것이다. 시각장애인용 음성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만 시각장애인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리고, 이런 생각 해보셨는지? 대체 그 사이트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 컴퓨터를 켜고, 익스플로러를 실행해서 검색을 한 뒤에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거기까지는 음성 지원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즉, 그 사이트까지 온 시각 장애인이라면... 분명히 스크린리더 등의 보조 도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되는데.. 글쎄... 어느 것이 더 실생활에 맞을까?

웹 접근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도 늦긴 했지만, 한국형 웹 접근성 규약이 발표되고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애쓰고 있다고 한다.

웹 접근성이란 것이 기존 홈페이지 방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있던 HTML 규약을 제대로, 바르게 사용하자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고 보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내 블로그를 어떠한 장애를 가진 분이시든, 어떠한 장소에서든, 어떠한 장치를 쓰든, 어떠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든 모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들어와서 볼 수 있다면... 이게 바로 "같이 사는 사회"가 아닐까.

참고 : 웹 접근성에 대한 자료는 http://www.iabf.or.kr/Lab/ 에 있습니다. 인터넷 관련 종사자분들은 꼭 들러서 한 번이라도 읽어봐주시길...


* 이 글은 2006년 11월 30일에 썼던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오늘 다시 같은 주제가 올라왔기에 글을 올립니다. 이 글 이후로 많은 사이트에서 "웹접근성 향상"에 힘쓰고 있고, 그러한 결과로 "음성지원"같은 그리 쓸모가 적은 곳에 대한 지원보다 모두가, 모든 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는 (여기에는 시각 장애인용 스크린 리더도 포함됨)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식 자체가 틀린 곳이 많습니다.

TTS업체와 스크린리더 업체, 점자 단말기 업체간 약간의 이견이 있긴 합니다만, 화면 음성 지원서비스는 적어도, "과시용"이나 "잘못된 배려"에 가깝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오래된 문제인데,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십시오.


미디어 한글로
2006.11.30에 처음쓰고
2008.2.1에 추가함
media.hangu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