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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헛발질 하기

철도파업 불법 이유 물었더니, 2주 기다리면 알려줄게?

철도파업 불법 이유 물었더니, 2주 기다리면 알려줄게?


코레일 파업, 그 정확한 불법성을 알고 싶다.. 그런데..

얼마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파업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노조측에서는 '합법적인 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쪽에서는 수많은 장관들이 나서서 '불법'이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갈리는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촛불집회때는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좀 달랐다. 정당한 집회마저도 막을 수 있는 초 헌법적 권력이 경찰에게 있기 때문에, 불법이냐 아니냐는 어차피 경찰의 판단에 달렸다. 물론, 지금은 대법원장이 되신 어느 분의 입김도 많이 작용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과자(벌금형도 전과에 해당)'가 되었다.

그런데, 철도노조의 파업은 좀 양상이 다르다. 법에 의해서 최소 인력도 남겨 두어서 운행을 했고, 노사간의 협상이 진행되다가 중간에 결렬되어서 법에 보장된 파업을 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또한, 파업내내 일체의 폭력적인 충돌조차 없었다. 방송사 카메라가 좋아하는 '그림'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측의 주장은 '목적이 불순하므로'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 듯 하다.

철도파업, 합법? 불법?… 정부 “해고자 복직 쟁의행위 대상 안돼” [국민일보] 2009.12.2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1202201706574&p=kukminilbo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둘의 주장을 다 들어봐야 하니까.

이재오 위원장의 "국민신문고"에 물어보니.. 2주 더 기다리라?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는 이재오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민원통합 사이트다. 이곳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정부측의 공식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왜 과거형을 쓰냐하면, 참여정부때는 그랬는데, 요즘에는 너무 엉터리 답변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지난 12월 1일에 나는 철도 파업이 왜 불법인지에 대한 정부측의 근거를 알고 싶어서 질의했다.

철도 노조의 파업이 불법인 이유를 묻습니다.
철도 노조의 파업이 법의 어떤 조항을 어겨서 불법인지 여쭙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님께서 그러셨거든요. 노동부 장관님도 그러셨고...
그러니, 어떤 법을 어겨서 그런지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노조의 주장은 법을 지켜서 문제가 없었다고 하고, 검찰측에서도 파업 과정에서는 불법을 찾을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불법이 되는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 국민신문고, 한글로 질문

그리고 아마 12월 3일인가 전화가 왔다. 전화로 설명을 해주려고 하기에, 나는 "인터넷으로 한 것이니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서 공식 답변을 받겠다"고 했다. 전화로 설명하고 그냥 "전화로 설명해 드린대로..." 라고 결론을 보내주면, 나중에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혹시 철도 노조원이신가요?"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먼저, 철도 노조원이면 그런 질문을 하면 안된다는 것일까? 아니면, 철도 노조원이 아니면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매번,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누구시죠?" 라는 말에 정말 화가 나곤 했는데...

어쨌든, 담당 직원은 사과를 했고,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니, 내부 규정이 있으니 그 기한안에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잊었다.

그런데, 하두 답변이 없어서, 다시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이 되어 있었다.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국 노사관계법제과
  안** (02-503-****)  1AA-0912-001***
접수일 2009.12.02 10:12:47  2AA-0912-004***
처리예정일 2009.12.17 23:59:59
※ 최종 접수,처리기관의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이나, 개별법에 따라 처리기한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관까지 나와서 불법이라고 주장했던 그 근거를 찾는데, 자그마치 15일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보통 민원이 7일정도에 해결되어야 하나, 이 사건은 15일을 준 것이다.


불법 근거를 찾는데 왜 15일이나 걸릴까?

내 추측은 두 가지다.

첫째로, 아직 불법인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좀 특이한 것이.. 노조측의 불법적인 '폭력'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파업 자체에 대한 불법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그 불법 근거란 것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증거'가 없다. 이는 법원에서 서로 다투어야 하는 문제다. 그러니, 근거를 못대는 것이 아닐까?

둘째로, 한 국민의 질문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이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된 지난 정부때는 성의는 없었어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간단한 사안을 2주나 끈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신문기자들에게는 불법성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된 내용을 보내주면서, 국민의 질문에는 15일이나 답변을 주지 않는 것이, 국민 권익위원회와 노동부가 취할 태도일까?

나는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어느쪽이 더 타당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근거를 요구했다. 이미 노조측의 주장은 알고 있지만, 정부쪽의 주장은 공식적인 답변이 필요했기 때문에 (노동부, 행정안전부 등의 여러 부처가 섞인 문제이니) 요구한 것이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런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제발.. "당신 누구냐?"는 식의 질문은 하지 말자. 국민이면 얼마든지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거물급 국회의원이면 더 빨리 주고, 그냥 일개 국민이면 느리게 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미디어 한글로
2009.12.9
http://media.hangulo.net